오늘의 필사는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입니다. 일본어 츤데레는 상대방에게 애정이 있지만 겉으로는 쌀쌀맞게 행동하는 성격유형을 말하는데요. 현진건 운수 좋은 날의 주인공인 김첨지를 한국형 츤데레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하에서는 현진건 운수 좋은 날의 필사할 부분 일부와 함께, 내용요약, 본 단편 소설의 해석 및 감상포인트를 나눠보고, 필사 팁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전체 내용은 PDF 파일로 제공합니다.
※ 저작권이 만료된 자유이용이 가능한 작품입니다.
1. 현진건 _ 운수 좋은 날 (1924) 중 일부
선술집은 훈훈하고 뜨뜻하였다. 추어탕을 끓이는 솥뚜껑을 열 적마다 뭉게뭉게 떠오르는 흰김 석쇠에서 뻐지짓뻐지짓 구워지는 너비아니구이며 제육이며 간이며 콩팥이며 북어며 빈대떡……이 너저분하게 늘어놓인 안주 탁자에 김첨지는 갑자기 속이 쓰려서 견딜 수 없었다. 마음대로 할 양이면 거기 있는 모든 먹음 먹이를 모조리 깡그리 집어삼켜도 시원치 않았다 하되 배고픈 이는 위선 분량 많은 빈대떡 두 개를 쪼이기도 하고 추어탕을 한 그릇 청하였다. 주린 창자는 음식맛을 보더니 더욱더욱 비어지며 자꾸자꾸 들이라 들이라 하였다. 순식간에 두부와 미꾸리 든 국 한 그릇을 그냥 물같이 들이켜고 말았다. 셋째 그릇을 받아 들었을 제 데우던 막걸리 곱빼기 두 잔이 더웠다. 치삼이와 같이 마시자 원원이 비었던 속이라 찌르를 하고 창자에 퍼지며 얼굴이 화끈하였다. 눌러 곱배기 한 잔을 또 마셨다.
김첨지의 눈은 벌써 개개 풀리기 시작하였다. 석쇠에 얹힌 떡 두 개를 숭덩숭덩 썰어서 볼을 불룩거리며 또 곱빼기 두 잔을 부어라 하였다.
2. 운수 좋은 날 내용 요약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은 김첨지라는 가난한 인력거꾼의 이야기입니다. 소설은 김첨지가 자신의 운수 좋은 날에 고객을 태우고 돌아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며칠째 앓고 있는 부인의 병세가 마음에 걸리고, 아침부터 오늘은 나가지 말라고 말렸던 부인의 말이 머릿속을 맴돌지만, 근 열흘을 한 푼도 벌지 못한 김첨지는 말리는 부인의 손을 뿌리치고 나와 일을 합니다. 그런데 그날따라 너무나도 운이 좋게 인력거의 벌이가 좋고, 비가 오는 와중 기세 좋게 비싸게 부른 인력거 값도 그가 원하는 대로 받기도 하였습니다. 집에 돌아가는 길 친구를 만나 술을 마시면서 그는 갑자기 자신의 와이프가 죽었다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술이 얼큰하게 취한 후에도 부인이 며칠 동안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설렁탕을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집에서 그가 맞이한 장면은 배고파 힘에 부쳐 우는 갓난아기와 죽은 부인뿐입니다. 설렁탕을 한 구석에 두고 부인의 다리를 발길로 차며 일어나라고 호통치나, 죽은 이는 말이 없고 김첨지는 왜 먹지를 못하냐며 오늘의 운수가 괴상하게 좋았음을 탄식합니다.
3. 감상 및 해석포인트 : 운수의 변화와 인간 존재의 아이러니
김첨지의 삶은 곤궁하여 아내가 아픈 와중에도 약을 살 돈이 없는 고통 속에 있습니다. 돈의 부족으로 고통받는 와중에 우연히 생긴 운수 좋은 날 덕분에 그간 긴히 필요했던 돈을 얻게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쁨도 잠시일 뿐, 그의 기쁨은 아내의 병사와 집의 곤궁함 속에서 더욱 아이러니를 만들어냅니다.
김첨지의 돈벌이에 있어 긍정적 변화가 아내의 병사라는 비극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에서 인간 존재의 복잡성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그가 하루 동안 느낀 기쁨과 슬픔은 단순한 상반된 감정이 아니라, 삶에서 언제나 동시에 존재하는 복합적 경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운이 좋을 때조차 김첨지가 느끼던 불안함은 결국 인간 존재 자체의 본질적인 불안정성을 나타내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 술자리에서 내뱉은 내 아내가 죽었다는 그의 말은 자신의 계속 품고 있던 불안감을 내뱉어버리고, 실은 아니라고 부정하면서 그 불안 속 어둠의 그림자로부터 달아나고 싶음을 반증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4. 필사 팁 : 불안정함을 받아들임에서 오는 안정
인간의 삶은 본질적으로 불확실하며 그 불확실함 속에 불안함을 느끼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불안정함을 느낄 때, 그 감정을 부정하기 보다는 말 혹은 글로써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그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감정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이를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오히려 안정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필사를 하면서 자신이 최근 느끼는 나의 불안은 어디에서 오는지 살피고, 이를 천천히 필사하는 시간 동안 깊은 호흡과 함께 잠재워보길 바랍니다. 또한 불안정함은 곧 변화를 의미하므로 어떠한 변화가 온다 해도 거기서 긍정적인 요소를 찾아 바라보는 편안한 태도를 기르는 것도 안정감을 찾는데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오늘의 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의 필사 #9 (시) : 김대봉 _ 빙학 (0) | 2024.11.20 |
---|---|
오늘의 필사 #8 (중국어) 말할 수 없는 비밀 (1) | 2024.11.18 |
오늘의 필사 #6 (영어) 영화 대사에서 얻는 위로 (1) | 2024.11.16 |
오늘의 필사 #5 (시) : 김소월 _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2) | 2024.11.15 |
오늘의 필사 #4 (시) : 오일도 _ 꽃에 물 주는 뜻은 (4) | 2024.11.14 |